[교보아트스페이스] 접촉 contact ‘우리는 과거로 간다’
참여 작가 소개
아티스트문이삭, 박석원(작가)
- 일 시
- 2024년 3월 7일(목) - 4월 30일(화)
- 장 소
- 교보아트스페이스
- 관람시간
- 09:30 ~ 22:00
- 관람방법
- 사전예약 없이 무료입장 가능합니다.
- 주 최
- 교보문고
전시소개
교보아트스페이스는 3월 7일부터 조각가 문이삭과 박석원이 참여하는 「접촉 contact」 전시를 개최합니다. ‘우리는 과거로 간다’라는 부제가 붙은 「접촉 contact」 전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신체적 감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문이삭 작가의 흙-세라믹 조각들과 한강의 흙으로 그려낸 평면 작업들, 박석원 작가의 나무 조각들과 장지로 자신의 조각을 구현한 평면 작업들을 선보입니다.
<미스티 (피움)> 은 「눈은 멀고」(두산갤러리, 2023) 전시에 소개됐던 작품으로,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작품에서는 이름이 ‘피움’인 안내견이 오랜 시간 함께한 시각장애인의 발치에 누워 고개만 살짝 위로 들고있고, 안내견의 주인은 ‘피움’이의 턱을 쓰다듬어 주고 있습니다. 머리가 아닌 턱을 쓰다듬는 이 작품을 보면 친구이자 동반자로 ‘피움’이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순간을 옆에서 보는 듯 느껴집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에게 손의 접촉을 통해 감사를 표시하고 생의 감각을 느끼는 일. 이 작품은 도나 헤러웨이(Donna Jeanne Harawa)가 말하는 종과 종의 ‘접촉 지대’로의 이론적 설명 그 너머, 말하자면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삶의 위로와 구원의 인상을 드러냅니다. 이는 디지털 정보 교환으로는 느낄 수 없을, 신체를 통과한 실제의 경험으로만 도달 가능할 물리적 감각의 영역일 것입니다. 이처럼 <미스티 (피움)> 작품이 촉발한 물리적 접촉과 인간의 신체적 감각에 대한 인지는 이번 「접촉 contact」 전시와 연결됩니다.
「접촉 contact」 전시의 문이삭 작가 작품은 산에서 직접 흙을 채취해 만든 조각입니다. 작가는 ‘북한산, 인왕산, 북악산’ 서울의 산 세 곳을 주기적으로 등반하며 바위를 관찰하고 흙을 채집해 와서, 그런 신체적 경험에 기반한 조각들을 만듭니다. 조각가가 신체적 움직임을 통해 유발되는 물리적 감각을 인지하며 작품만의 언어를 만든 것이죠. 흙을 채집해 와 바위를 재현한 그 조각들은 추상 조각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형태적으로 자유로운데, 이는 작가의 물리적 노동이 예술만의 고유한 차원과 밀착된 지점을 상상하게 합니다. 한편 1941년생인 박석원 작가의 조각들은 ‘나무’를 재료로 완성되었습니다. 해방 전에 태어나 전쟁을 겪은 세대인 박석원 조각가는, 돌과 철 등의 강한 재료를 중심으로 작업 해 온 작가입니다. ‘나무’라는 재료는 작가에게 있어 비교적 늦게, 말하자면 강한 것들을 다뤄본 이후 만진 순한 재료인데, 작가는 나무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직접 자르고 그렇게 자른 부분들을 맞추며 하나의 정제된 형태를 완성하고자 했습니다. 쌓으며 비움을 실현한 듯한 박석원의 나무 조각들은 군더더기 없이 나무 본연의 물성만을 남기고 작가의 목소리는 뒤로 숨긴 인상입니다. 작가의 물리적 노력만이 눈으로 감지됩니다. 즉 두 조각가의 작품 모두 육체를 통과한 ‘신체성’이 예술로 연결되었음을 강하게 인지시킵니다.
결국, 전명은 작가의 <미스티 (피움)> 과 이어진 「접촉 contact」 전시는, 생명체들 간의 접촉을 통해서만 가능한 위로와 구원의 감각적 ‘관계성’과, 흙과 나무를 손으로 직접 만지고 으깨는 조각가들의 물리적 감각이 등치되며 완성됩니다. 즉 이번 전시는 신체의 접촉만이 도달할 수 있는 인간을 구원할 감각의 세계를 생각하며, 신체의 접촉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예술이 가게 될 길을 상상합니다. ‘앞으로의 예술은 무엇을 보여주려 할까?’에 접근해 보는 것이죠. 디지털 정보를 교환하며 ‘관계성’을 만드는 일이 보편화 된 시대에, 마치 책장을 한장씩 넘기며 책을 읽을 때 손과 종이가 접촉하는 지점에서 느껴지는 실제적 감각과 독서의 관계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관객분들은 비록 만질 수는 없는 조각 작품들이지만, 지금 여기서는 보이지 않는 <미스티 (피움)> 을 유추해 보듯 문이삭 작가와 박석원 작가의 조각들 속에 남은 신체의 흔적과 접촉 지점들을 발견해보시길 바랍니다.
전시 작품
작가소개